아라뱃길을 타고 뚝섬까지 자전거를 타던 중
잠시 쉬려고 내린 "용비교 쉼터"에
비둘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.
몇 녀석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웃겨서
친구한테 보내주려고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는데
갑자기 한 녀석이 내 옆자리로 날아왔다.
당돌한걸? 하고 쳐다보니 오른발 장애에
꽁지 깃털은 다 빠진 몸이 불편한 녀석이었다..
평소엔 길거리 동물들 먹이 주는 행위를
안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불쌍한 동물인지라
초코바를 손톱으로 잘라서 줘봤다.
그 모습을 보고 주변 비둘기들이 모였지만
애초에 아픈 비둘기 밥 주려는 거였기 때문에
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쟤한테만 줬다.
조금만 크게 줘도 먹질 못하고 다 뺏기길래
작게 주느라고 엄지손톱으로 계속 자르다가
엄지손톱 밑에서 피가 났다. 아파 ㅠㅠ
옆에 있는 커다란 녀석이 내가 주는 먹이를
뺏어먹으려고 자꾸 훼방을 놓는데...
양아치 한입충을 향한 분노의 응징~!
얍!!!
나중엔 손으로 줘도 잘 받아먹었다.
맛있쩡!!!
초코바 한 봉지를 혼자 다 먹고도
계속 달라는 듯이 쳐다보길래
오다가 전도하는 할아버지한테 받은
사탕을 발로 밟아 깨서 줘봤다.
까탈스럽게도 안 먹는다.
곧 다른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 와서
정리하고 목적지로 떠났다.
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장애 비둘기에게
다른 사람이 불쌍하다고 먹을 걸 준 적이 있어
사람한테 앵기는 게 아닐까 싶다.
뭐가 되었든 올 겨울 넘기긴 힘들어 보인다.
뿅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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